아주 오래전에 이정향 감독의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영화를 재미 있게 본적이 있다.
당시 여자 감독으로서는 대단한 흥행실적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던 문제작?이었다.
영화의 주무대로 나오던 미술관과 동물원이 바로 서울대공원과 현대미술관이다.
어찌보면 정말 다른 세계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는게 아이러니 하다.
'그녀의 미술관 속으로 그의 동물원이 소리없이 들어왔다!'라는 영화의 카피 처럼 관심사와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가 여성감독 특유의 디테일한 대사와 에피소드로 너무나도 잘 그려진 영화 였다.
그런 두 사람의 상황을 정말 잘 대변하는 장소로 동물원과 미술관이 쓰여서 더 기억에 남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영화를 보던때 나중에 애인이 생기면 영화의 춘희와 철수(남주인공 이름이 맞나 모르겠다)처럼 나도 꼭 가보리라 생각했었는데 실현하지 못하다 작정하고 아이들과 함께 서울 대공원 투어를하기로했다
첫날은 동물원에가서 온갖종류의 동물들 구경하고, 저녁엔 대공원 미술관위쪽에 위치한 자연캠프장에서 일박을하고 둘째날 현대미술관 관람하는 일정이다.
먼저 동물원에 도착했는데.. 아이들은 대공원의 놀이기구를 보고는 계속 놀이공원 가자고 졸랐다.
난, 이번 투어는 작정하고 온지라 일언지하에 딱잘라서 서울랜드는 나중에 가자고 못을 박았다.
동물원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이렇게 멋진 모형들을 만들어 놓았다.
재미도 있고 실제 동물들은 그늘에 쉬거나 해서 인증샷 찍기는 정말 딱이다.
신비는 물만난 고기마냥 신나하는데 건우는 사내녀석이라 이런 관람문화에는 익숙하지 않은지 계속 저기압 상태였다.
놀이공원이 계속 눈에 들어 오는데 동물원에 있으려니 많이 힘들긴 했을 듯.
조류관은 동물들을 직접 눈앞에서 보고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어서 정말 동물원에 왔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전시관들은 그야 말로 울타리에 동물 밖엔 사람. 이렇게 구분되어 있으니 감옥에 면회온것도 아니고 너무 인위적인 관람형태라 거부감도 있었다.
동물원에 동물 구경하는게 신기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프리카 초원에 있어야할 코끼리가 왜 이런 먼곳 까지 와서 구경거리가 되어야 하는지 하는 복잡한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도 들려주며 단순한 동물 구경이 아닌 미약하지만 사회문화적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려 했으나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나도 미지수다.
불법포획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일으킨 제돌이 문제로 돌고래쇼에서 생태설명회로 바뀐 돌고래쇼장 앞 분수대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제돌이 말고도 여기 있는 대부분의 동물이 사실상 인공 포획되서 먼 이곳까지와서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는게 슬픈 사실이다.
대공원 투어를 마치고 서울대공원 자연캠프장으로 갔다.
자연캠프장은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해 놓아서 관리사무소에서 자리배정을 받고, 각종 필요한 비품들은 캠프장 슈퍼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캠프장의 텐트는 모두 라푸마 제품으로 LG에서 후원한 5~6인용 텐트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평상위에 설치되어 있어서 바닥에 보온으로 깔 매트나 침낭은 대여하면되지만 비용문제로 담요를 미리 챙겨 갔다.
배가 고픈 아이들을위해 우선 컵라면을 끓여 주었다.
컵라면은 슈퍼서 사면 뜨거운 물이 제공된다.
(슈퍼에서 구입한게 아닐경우 뜨거운물 값 따로 지불해야함)
늦게 바베큐를 했는데 조명이 어두워서 고생 좀 했다.
자리 배정 받을 때 되도록 가로등이 있는 텐트를 배정 받을것을 추천한다.
자연캠프장은 미술관쪽 산속 계곡옆에 자리하고 있어 저녁이면 춥다.
아침에 일어나 체력단련장에서 유격훈련때나 봤던 유격코스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놀았다.
이 체력단련장이 한참뒤에 아이들 기억에 가장 남았던 장소가 되었다.
자연캠프장을 9시에 나와 미술관에 오니 미술관은 10시개장이라 개장전까지 야외조각공원 관람을 했다.
현대미술관은 전시장 전시물도 물론 훌륭하지만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작품일뿐더러 야외 조각작품들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라 실내전시물 이상으로 그 가치가 있다.
우리가 갔을때 메인 전시는 2013 올해의 작가상 전시와 데이비드호크니의 와터근처의 더큰나무들이라는 전시회였는데 올해의 작가상은 성인 5000원 호크니는 2000원.
아이들은 유료전시까지 모두 무료로볼수있어서좋았다.
국립미술관이라 거의 무료에 가까운 요금으로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런 문화혜택을 받는 과천이라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다.
개장전 야외 전시장에서 조각작품들을 관람했다.
올해의 작가상 부문에 전시되어 있는 실물 같은 마네킹.
을씨년 스럽고 그로테스크한 모습에 나도 놀라고 아이들은 무서워서 근처에 가지도 못했다.
작가가 의도한 바가 바로 그런게 아닌가 생각들기도.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도전시되어 있었다.
현대미술관의 상징적 작품인 백남준의 다다익선.
전시장에서의 사진찍기는 플래시만 터트리지 않으면 허용되었다.
관람 안내표지판 앞에서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 신비.
신미경 작가의 비누 작품.
고전적 유물을 무른 비누로 표현해 원작의 딱딱한 대리석이 품은 영속성과 권위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화장실 세면대에도 작품을 설치해서 실제 비누로 사용하게 한 점 등은 정말 신선했다.
노래하는 사람.
현대미술관 정문에서 가장 먼저 맞딱드리는 야외 전시물.
이번 일정을 1박2일로 한것은 인천에 사는 우리가 대공원, 자연캠핑장, 미술관을 따로 경험하려면 거리가 멀어서 오가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점이 가장 컷다.
이렇게 1박2일동안 다양한 경험(동물원 관람, 캠핑, 미술관 관람)을 할 수 있어서 힘들지만 보람된 여행이었다고 아이들도 동의했다.ㅎㅎ
첫날부터 아이들은 서울랜드 놀이기구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지만 이번 1박2일의 여정을 생각보다 잘따라주었다.
훗날 아이들기억속에 이번 대공원에서의 일박이일이 어떤기억으로남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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